자궁경부암 백신 출시전부터 경쟁
유럽과 미국간의 자존심 경쟁이 조만간 국내 제약시장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암을 예방하는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서 이들 제품을 국내에 출시하는 한국MSD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 허가전이라 공식적인 제품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계인 한국MSD는 ‘가다실’로, 영국계인 GSK는 ‘서바릭스’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할 예정인데, 두 제약사의 은근한 홍보전략이 벌써부터 대단한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제약사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경쟁은 세세한 부분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홍보대행사 계약은 경쟁관계가 확연히 드러나는 단적인 예. 지난 4월초 MSD가 먼저 ‘엔자임’과 손을 잡자 GSK도 얼마 후 ‘플레시먼힐러드’와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두 업체는 제약산업을 전문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홍보를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배포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 상대 제약사가 배포하면 즉각 다른 자료를 배포하는 등 경쟁이 아니라 신경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최근 MSD가 가다실이 美FDA 승인을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마자 GSK는 아직 가다실이 입증하지 못한 25~55세 고령자들의 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자료를 배포하며 맞서고 있다.
하일라이트인 기자간담회는 MSD가 美승인을 예상한 듯 1주전에 선제공격을 날려, 강력한 홍보력을 자랑하는 GSK를 따돌려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극을 받은 GSK도 7월 중 기자를 상대로 홍보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초의 암예방백신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학술적 지원이 필요한 내부 전문가 영입도 각 사가 신경쓰는 부분. 현재로서는 각 1명의 박사급 인력을 보강했지만 향후 양사의 경쟁관계를 볼 때 충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GSK는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인 이상은 부장을 영입했고 이에 질세라 MSD는 최근 내분비학 박사 출신의 헬스사이언스어소시에이션(HSA)인 윤현숙 과장을 영입했다.
게다가 오는 추계학회 준비는 그야말로 양 사의 향후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간평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대형부스와 세미나 유치를 위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MSD는 지난번 춘계때 GSK에 세미나를 빼앗긴 설움을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과하면 부족하니만 못하다는 옛말이 있듯이 과열 경쟁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홍보시 아직 언급해서는 안되는 제품이름과 약소개의 간접노출도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상 허가 이전에 제품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물론 초기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한 제약사의 어쩔 수 없는 전략적 행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등고자비(登高自卑)의 원칙은 지켜야 나가야한다는 지적이다.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허가 전부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은 백신이라는 약물 특성 때문이며 특히 질병인식이 먼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지속적인 사전홍보를 펼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psj@medical-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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